동성로에서 길을 잃었다
박상옥
동성로.
오래된 기억으로 걷는다.
옛날은 없네.
백화점 삼거리 불빛에도
옛날은 없네.
몇 번쯤 둥굴의자에 앉아 막걸릿잔 비웠을 골목
토종 간판은 낯선 이름으로 돌아앉았네.
언제 손 흔들어 오늘을 보냈던가
빈손으로 흘러간 오늘이 빈손으로 돌아와 서 있네.
젓가락 장단에 청춘의 새벽달 뜨고
십구공탄 이글이글 타던
전煎 골목.
지붕 낮은 ‘행복 식당’도 공사 중이라
어제의 기억은 오늘 오래 길을 찾지 못하네.
ㅡ출처 : 『대구의 詩』(대구시인협회,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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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들, 낭만의 거리가 여기다
동성로!!!
옛 한일극장에서 남쪽으로 대구백화점을 거쳐
반월당 봉산동까지 북적거리던 거리였는데
낭만을 즐기려는 대구 사람이라면
한두 번은 와봤을 이 거리
지금은 이국 풍경으로 기억이 통째 죽은 거리다
대체로 그렇지만 젊음이 가득하고
공존의 문화가 다소 침체된 거리다
노 시인이 오랜만에 와본 이 거리를 두고
‘어제의 기억은 오늘 오래 길을 찾지 못하네’라고
진한 고백을 하고 있다
옛날이 그리운 거다
함께 막걸리를 마시던 옛사람들이 보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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