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글방

가을인 게여

수성구 2022. 9. 24. 05:25

가을인 게여

                                    

- 유승희

 

 

딱히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트랜치 코트 걸치곤 어깨에 가방 달랑 메고

기차역 창구 앞을 기웃기웃 댄다면 

가을인 게여 

 

 

휑뎅그리 빈 들판에 서서 너덜대는 옷 걸친 채 

삐죽 서 있는 허수아비 보곤

괜한 외로움에 눈가 축축해지면

가을인 게여 

 

 

우수수 날리는 노오란 은행잎 한 잎 주워

책갈피에 눌러놓곤 

누군가에게 보내고픈 사연을 가득 담아 

우체국으로 가뿐가뿐 흥견 발걸음 향한다면

가을인 게여 

 

 

틈새 끼어 애달피 우는 귀뚤이 소리에 설핏 잠깨어

휘영청 달빛에 긴 밤을 뒤척인다면

가을인 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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