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 게여
- 유승희
딱히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트랜치 코트 걸치곤 어깨에 가방 달랑 메고
기차역 창구 앞을 기웃기웃 댄다면
가을인 게여
휑뎅그리 빈 들판에 서서 너덜대는 옷 걸친 채
삐죽 서 있는 허수아비 보곤
괜한 외로움에 눈가 축축해지면
가을인 게여
우수수 날리는 노오란 은행잎 한 잎 주워
책갈피에 눌러놓곤
누군가에게 보내고픈 사연을 가득 담아
우체국으로 가뿐가뿐 흥견 발걸음 향한다면
가을인 게여
틈새 끼어 애달피 우는 귀뚤이 소리에 설핏 잠깨어
휘영청 달빛에 긴 밤을 뒤척인다면
가을인 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