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독
약과 독
그날은 길이 막혀 모두 버스 안에서 잡담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내 손이 눈에 띄어 화제가 되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참 작고 고운 손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젊었을 땐 참 예쁜 손이었을 것이라는.
나는 긴 악몽에서 깬 듯 기쁘고 신기했다.
그동안 나는 손이 밉다고만 여기고 살았다.
나의 ‘손’에 대한 남편의 지난 찬사도 그저 격려사로 들었을 뿐이었다.
지금 내 손이 예쁘든가 말든가 그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
같은 햇빛에 독수리의 눈은 뜨이고 부엉이의 눈은 먼다.
똑같은 손도 보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 박경주, 수필 ‘약과 독’ 중에서
보는 눈이 달라서 누군가는 칭찬을, 누군가는 마음 상하는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남습니다.
약과 독의 차이, 참 단순하고 사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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