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애들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단다

수성구 2022. 2. 16. 06:22

애들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단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詩庭 박태훈>

 


"얘들아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단다"
그래서 너희들이 모르는 그 가난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래 너희들에게 잔소리를하는것은
가난이 다시올가바 겁이나서 말이다

방한간에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 네댓명
한이불을 덮고 살았다
초저녁에 때어둔 군불이 새벽녁엔 방이
식어 온돌방이 냉방이 된다

어머니가 그 추운 아침에 부엌의 찬기를
맞으며 아침밥을 짓는다
방이 따뜻해진다 아랫목으로 몰린 아이들이
서로엉켜 잠을자다가 눈을감은채 일어난다

추운방에서 새우잠을 자다 보니 몸의 피로가
안풀려서 그런것이다
세수하고 학교가라는 어머니 독촉에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한다 일학년 막내는 대충이다

코딱지도 떨어지지 않게 세수를 한 막내를

어머니가 다시 세수시킨다 막내는 아프다고
야단이다 얼굴에 붙은 때를 싰으니 아픈거다
아침밥이라야 쓰레기국에 묵은김치 한가지다

그 시절 온식구가 한 이불속에서 살았다
한이불속의 정이 흠뿍배었다 미운정 고운정이--
그래서 가족의 정이 퍽도 깊었다
슬픔도 기쁨도 함께했던 한이불 정이었다

남의 얘기냐고요?
반세기전 까지만 해도 우리들의 삶이었습니다
지금 한이불 한사람-- 모두 그렇게 살다보니
생각도 각각되어 저렇게들 싸운답니다

지금도 그 어려운 시절을 생각해보면
고생을 생각하면 다시 가고싶은생각이 없지만
그 티없는 정을 생각한다면 금방이라도
되돌아가고 싶은 그 정이 깃든 한이불속의 정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