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지금 나는 자유로운가?

수성구 2022. 1. 29. 06:11

지금 나는 자유로운가?

지금 나는 자유로운가?

(조철희 신부. 주문진성당 주임 영동 가톨릭사목센터 관장)

 

신학교 1학년 때는 외출이 허락되지 않는다.

열아홉에 따듯한 집을 떠나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아야 하는 신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나의 자유를 억누르는 환경이었다.

2학년 이상 선배들이 주일에 외출을 나가 짜장면을 먹고

귀교하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래서 1학년 때 나의 꿈은 얼른 2학년이 되어 주일에 외출하는 것이었다.

짜장면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고 바깥세상이 그립고 궁금했다.

 

 

내가 신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은

토요일 끝기도 마치고 마리아홀에서 신학생들과 함께하는 영화 관람시간이었다.

그때 처음 본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파 앤 어웨이(1992)였다.

주인공은 많은 사람과 함께 미국의 광활한 땅을

더 먼저 차지하기 위해 끝없는 평원을 힘차게 달렸다.

그 장면이 얼마나 나를 자유롭게 하고 가슴을 뻥 뚫리게 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어느새 신학교를 벗어나

톰크루즈와 함께 말을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저 멀리 Far and Away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던 나는 사제가 되었고.

지금은 주문진에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자유로운가?

 

 

생각해보면 확실히 신학교는 외적인 제약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자유롭냐 자유롭지 못하냐의 문제는

결국 내 내면의 문제였다.

나를 속박하고 억누른 것은 외부환경이 아니라

바로 스스로를 가두어 둔 내 자신이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외적 자유가 아닌 내적 자유를 주시기 위해 오셨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영이 예수께 내리시고 예수께서는

가난한 이들과 잡혀간 이들.

억압받는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신다.

이 희면의 선포는 오늘날에도 자신이 만들어 놓은

미움의 감옥과 원망의 사슬 안에 묶여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내적인 자유와 해방의 소리로 울려 퍼진다.

 

 

누구 때문이라고 원망하지 말자!

자신을 모질게 억압하고 스스로 빛을 차단시키고 어둠을 선택한

그 감옥에서 얼른 벗어나 보자.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로 우리가 받는

최고의 선물인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힘차게 달려보자.

그 영화 속에서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자유롭게 달리던 주인공처럼 말이다.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2코린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