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

어린 겨울 추억

수성구 2022. 1. 23. 05:48
어린 겨울 추억

째깐한 놈들이
책보자기 어슷하게 등에 매고,
딸랑딸랑 필통소리 들으며 학교에 다녀 올때면,
누런코 흘리다 닦은
옷 소매는 번들번들 광이나고.
빡빡머리엔 기계충
회색 국화꽃이 피었다.

그시절...
가슴까지 파고드는 엄동 겨울 바람은
왜 그렇게 추웠던지,

그렇게 찾아든
초가집 장농 이불속에는,
오롯이 고봉으로 눌러 담으신 따뜻한 보리밥 한그릇이 항상 있었고,
땔감 하시다 시간 맞춰오신 어머니는
묻어둔 장독에서 청갓에 곱게물든
영롱한 보랏빛 싱건지를 같이 내어 주셨다.
코를 자극하는
시큼 쌉싸름한 싱건지,
밥한술 크게뜬지 한순간 숟가락과 그릇 부딪치는 빈 소리만 요란했고,
군것질 없는 어린 촌놈들의 겨울은
초가집 처마 탐스런 고드름을 따먹으며,
생경스런 즐거움에
깔깔대었다.

군데군데 기워입은 누더기옷 한벌,
모락모락 피어나는 초가집 굴뚝 연기만으로도 따숩고 포근했던 벽촌 촌놈들의 어린 겨울은
이제 어디에서 찾을까...

-좋은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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