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머나먼 돌멩이
이덕규
흘러가는 뭉게구름이라도 한번 베어보겠다는 듯이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서
수수억 년 벼르고 벼르던 예각의
날 선 돌멩이 하나가 한순간, 새카만 계곡 아래 흐르는 물속으로 투신하는 걸 보았네
여기서부터 다시 멀고 험하다네
거센 물살에 떠밀려 치고 받히며 만신창이로 구르고 구르다가
읍내 개울 옆 순댓국밥집 마당에서
다리 부러진 평상 한 귀퉁이를 다소곳이 떠받들고 앉아 있는 닳고 닳은 몽돌까지
ㅡ출처 : 시집 『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 2010)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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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돌멩이,
이것은 돌의 여행이다
온 길이 아득하고
갈 길이 까마득한데
그러나 순댓국밥집 마당에서
다리 부러진 평상 한 귀퉁이를 떠받들고 있다니
다 쓸모가 있다는 게다
기회를 주면 사람에게도 저 돌과 같은
기막힌 운명은 아니더라도
쓰일 데가 있을 터인데
이것 또한 작은 나눔 아니겠는가
그러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그 진리를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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