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꽃 피우기
예수님 꽃 피우기
(조수선 안나 시인)
메마른 가지에 마지막 잎새마저 떠나보낸 나무는
자신의 소임을 다 마친 듯 홀가분하게 보입니다.
그런 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제 마음도 평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무도 그러한데 하물며 저는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 한편이 답답하고 무겁기만 합니다.
주일 미사 참례와 기도 생활을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외손자가 여섯 살이 되도록 아직 세례도 못 받고
주일학교도 못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당에 가서 앉아 있으면 주님께서
`또 너 혼자 왔느냐?`하고 나무라시는 것만 같아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손자가 유치원 안 가는 날.
어렸을 때는 기도손도 곧잘 하고 성호경도 잘 따라 하던 손자가
요즘은 TV보기를 더 즐겨합니다.
그래도 저는 손자 따라 함께 만화도 보고 팽이도 돌리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그때가 왔습니다.
손자가 이제는 무궁화꽃이 피었씁니다!
놀이를 하자고 저를 일으켜 세웁니다.
저는 흔쾌히 그러자 하고 오늘은 무궁화 대신 예수님을 넣어
예수님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술래가 예수님 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하면
술레 아닌 사람은 예수님처럼 양 팔을 펴고
한쪽 다리는 살짝 들어 올린 채 서 있어야 합니다.
넘어질 듯 말듯 흔들흔들 기우뚱기우뚱하면서
자연스레 `예수님!을 부르며 좋아하는 손자!
마침내 제 손자의 작은 가슴에도 예수님 꽃이 피려나 봅니다.
지금 저는 손자가 그 맑은 목소리로 `예수님`을 부르기만 하여도 좋습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자상한 할머니 내리사랑으로 가정에서도
주님 사랑을 실천하다 보면 차츰 손자도 세례도받고
주일학교에 가게 되고. 코로나로 쉬고 있는 딸도 외인 사위도
모두 다 주님께서 교회로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주님의 포도나무 가지에 붙어 있기만 한다면
열매 맺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주님의 그 자비하신 사랑안에 머물기만 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올해는 `성체와 말씀의 해`
가족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성경도 읽고. 함께 기도하며
집안 가득 예수님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조금 늦고 더디더라도 어린아이가 자라나듯
저희의 믿음도 하느님의 뜻대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도하며
소망해 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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