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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꿀벌이 주는 교훈(敎訓)]

수성구 2021. 11. 11. 06:42

[닭과 꿀벌이 주는 교훈(敎訓)]

(1)​새벽이 되면 닭들이 운다. 그런데 그날은 아직 새벽이 되기 전인데 닭들이 운다. 그것도 비명을 질러가며 울고 있다.

​화들짝 놀란 주인은 닭장으로 간다. 그랬더니 무려 600마리가 죽어 있다. 원인은 금방 밝혀진다.

​닭장 저쪽 구석에서 닭들의 천적인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닭 한 마리를 낚아채 여유롭게 먹고 있다.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무려 600마리를 죽인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수리부엉이가 죽인 것이 아니라 닭들이 서로 먼저 살겠다고 출구 쪽으로 달려가다 압사한 것이다.

​수리부엉이는 한 마리만 죽이고 나머지 닭들은 동료 닭들이 죽인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없었을까?



​(2)꿀벌은 꿀을 절대 혼자 먹지 않는다. 밖에 나갔다가 꿀을 발견하면 벌집에 돌아와 동료들 앞에서 춤부터 춘다.

​그런데 이 춤은 사실 소통이다. 그 벌은 동료 벌들에게 꿀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얼마나 많이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날갯짓으로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본 다른 꿀벌들이 어떤 방향으로 몇 마리를 파견해야 할지 결정한다. 그렇게 꿀벌들은 협력해 같이 꿀을 모아간다. 함께 저장하고 함께 꿀을 먹는다.

그런데 이 꿀벌의 집에 천적인 말벌이 침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벌 한 마리는 꿀벌보다 대개 5~6배 크다.



일단 꿀벌들이 말벌 주위를 뺑 둘러가며 에워싼다. 그러고는 열심히 날갯짓을 한다.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말벌이 고온에 약하다는 사실을 꿀벌들은 안다. 그래서 45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면 말벌은 죽고 만다. 이 과정에서 꿀벌 중 몇 마리는 말벌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포위망을 풀지는 않는다. 말벌이 죽고 나면 다시 꿀벌들은 날갯짓을 열심히 해 온도를 낮춘다. 48도가 되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3)닭들과 확연히 다른 DNA를 꿀벌들은 가진 것 같다. 닭들은 천적인 수리부엉이의 공격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동료 닭도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공멸한다.

꿀벌들은 자기 한 몸 희생을 각오한 결과 천적인 말벌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나 죽고 우리 살자’식으로 생존해간다.



닭들은 모든 것을 제로섬게임으로 사고한다. 그래서 ‘닭 대가리’라고 하지 않는가? ​

꿀벌들은 자신의 행동을 ‘윈윈’하는 관점에서 조율한다. 닭들은 개죽음 당하지만 벌들에게는 명분 있는 희생이 있을 뿐이다.



(4)​표범들에게 가젤이 쫓긴다. 가젤은 죽어라고 달린다.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표범이 누구인가? 육지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다.

가젤은 표범만큼 빨리 뛸 수 없다. 그러면 이 생존이 달려 있는 처절한 달리기에서 가젤은 얼마나 빨리 뛰어야 살 수 있을까? 동료 가젤보다 조금만 빨리 뛰면 된다.

​경쟁은 가젤과 표범 사이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젤과 가젤 사이에 있다. 제로섬게임을 향한 사고의 결과는 우리에게 항상 비참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5)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상호 협력할 줄 아는 논제로 제로섬게임의 사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동물이 누구인가? 바로 인간이다. 한번 사냥감을 정하면 가장 빠르게는 아니지만 끝까지 추적해 잡는다. 이것도 혼자가 아니라 같이 협동해 잡는다.

​인간의 언어도 사냥터에서 사냥하기 위한 소통의 목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닭대가리가 되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용꼬리가 나은가? 지도자가 되려면 닭대가리가 되는 것보다 용꼬리가 되는 게 낫다.



​왜? 우수한 집단에 가장 낮은 자세로 조직을 운영하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강한 조직과 약한 조직의 차이는 개개인 한 명 한 명이 자기희생적 자세로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자세로 구성원들을 후원하고 지지함으로써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지도력.

​꿀벌은 절대 꿀을 혼자 먹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의 몸을 던지기 때문에 천적을 이길 수 있다.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