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행복
불편한 행복
마르코 복음 2장 18-22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저와 함께 예비자 교리를 하시고 세례를 받으셨던 나이 지긋하신 형제님이
세례 후 한 달 만에 저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신부님, 세례 받은 거 물리주이소!”
그래서 저는 “고객님, 교환과 반품은 되지 않습니다.
제가 품질보증을 했으니 제가 AS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며 왜 그러시냐고 여쭈었습니다.
하시는 말씀이 세례 받고 나면 정말 편안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불편해서 못 살겠답니다.
예전에는 내키는 대로 편하게 살았는데 이제는 예수님도 떠오르고,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불행하냐고 했더니 행복하긴 한데 불편하다고 하시기에
그러면 잘 살고 계시는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랜 시간 하느님과 더불어 살지 않은 사람이 새롭게 사는 것이 쉽게 된다면
아마도 그건 잘못 살고 있는 거라고,
그 불편한 행복이 정말 그리스도인으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귀한 몸짓이며 표징이라고 말입니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 회개하며 산다는 것, 그분의 뜻을 생각해본다는 것은
바로 이 새로움으로 옮아가는 과정입니다.
‘귀의한다’는 말은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그분께 자신을 맡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이들이 그분을 만나고서도 자유롭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눈으로 예수님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구원을 얻은 이들은 그분의 시선에 자신을 내려놓은 이들이었습니다.
* 그분을 사랑하기 위해 애를 써 얻게 된 행복을 찾아봅시다.
김인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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