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주님의 향기

어머니 데리러 가는 길

수성구 2020. 12. 23. 03:42

어머니 데리러 가는 길

12월 넷째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다.

(루카 2.22-40)

 

 

어머니 데리러 가는 길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할머니와 함께 어머니를 데리러 외갓집에 가던 그 길.

흙먼지 날리던 그 길은 참으로 아프고 길게만 느껴졌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자주 외갓집으로 피신했다.

자상하고 따뜻한 외할아버지였지만 할머니와 나를 맞이하는 시선에는

분노와 아픔이 느껴졌다.

어머니 역시 소중한 딸인데...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어머니와 함께 돌아오는 내내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아지지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희생의 시간만 길어졌을 뿐.

유년 시절의 아픔은 나를 지나친 자기검열과 열등감으로 몰아갔다.

아버지를 통해 난 결코 폭력으로 얼룩진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치유와 정화가 절실했다.

그래서 어머니와 더 많이 기도하며 지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이 험한 세상을 믿음으로 헤쳐나가는 성가정이 탄생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은 우리에게 가족을 선물로 주셨다.

가슴 아파도 끌어안고 가야 할 예수님 또한 바로 우리 가정안에 계신다.

사랑과 희생 사이에 성가정이 있다.

모든 평화의 시작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생명과 하느님을 분리시킬 수 없듯이 사랑과 가정도 떼어놓을 수 없다.

 

 

가정 안에서 사랑을 배우고 용서를 배우며 성장하기에

가정은 우리에게 가장 고귀한 선물이다.

성숙한 가정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서로를 존중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은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사람의 길을 걸어가셨다.

모든 사랑의 뿌리에는 저마다의 가정이 심어져 있다.

가정의 문을 열어보면 그 안에 기쁨과 고통. 희망이 다 들어차 있다.

가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이해와 치유도 없다.

나자렛의 성가정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리고 우리를 이기심과 개인주의를 치유하는 공동체로 이끌어준다.

성가정 안에서 우리는 기도를 배우고 사랑을 배우고 행복을 배운다.

수많은 갈등을 기도와 대화로 풀어나간다.

가족 구성원들의 나약함까지도 하느님께 올려 드린다.

 

 

성가정은 책임 또한 함께 동반되어야 할 공동체이다.

사람은 가정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난. 믿는다. 가정이 행복해야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아픔을 딛고 기쁨과 행복을 다시 배워 나가는 성가정으로 향해가는 순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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