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기도와 묵상

너의 기도를 즐거워하신다

수성구 2020. 12. 7. 04:40

너의 기도를 즐거워하신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무조건

묵주기도부터 먼저 바치는 습관이

생겼다. 사막에서의 아침의 첫 시간,

가장 좋은 시간을 사제관 뒤뜰

로사리오 동산을 거닐며 좀 많이

바쳐 놓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이 생겨났다.

 

감사, 찬양, 흠숭의 지향과

교회 선익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은사와 위타적 지향을 가지고,

묵주기도의 신비(현의)의 장면과

말씀들을 떠올리면서 입으로는

경문을 왼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경문을 읽는 것도, 손가락으로

묵주알을 돌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몇 번이고 건성으로 하다가 놓치거나

잊어버려서 반복할 때가 많다.

그래서 또박또빅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파티마를 두번 째로

다녀오고,

파티마의 메시지를 다 정리해서

LA에서 푸른 군대 회원들을 위해

피정 강의를 하고 난 이후부터는

더더욱 목숨을 걸고 묵주기도를

많이 바치려고 노력한다.

 

하루는 본당의 어느 젊은 친구가

매일 일터에 가서 일하는 자신과

나를 비교하면서, 나를 돈버는 것

걱정 안하며 그저 편하게 노는

사람처럼 말했던 적이 있다.

 

눈에 드러나는 육체 노동을 하면서

고달픈 인생을 영위하고

땀을 흘리는 사람들은 정신 노동이

얼마나 더 힘든지를 잘 가늠하지

못한다.

 

모든 기도는

정신 노동이며 영적인 노동이다.

여기서 정신 노동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반추하면서

자신의 실존적인 처지와 영혼 상태에

적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며,

더더군다나 영적 노동이라는 것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여

영적으로 악의 세력과의

치열한 싸움을 치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묵주기도는

사탄과 싸워 승리할 수 있고,

사탄에게 빼앗긴 영혼들을 찾아올 수

있는 강력한 영적 무기이기도 하다.

 

오상의 성 비오 사제께서

'빛의 신비'가 없던 시절에 매일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 15단씩

35번을 바쳤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게 바치려면 하루 24시간 중에

12시간 이상은 바쳐야 한다.

항상 묵주를 놓지 않고 그야말로

끊임없이 바쳐야 한다. 아니

묵주기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도 성인의 뒤 옷자락이라도

잡아 보려고, 아니 따라 가보려고

새벽 잠을 설치고 사제관 뒤뜰의

로사리오 동산을 거닌다.

 

이번, 10월 첫 토요일날

새벽 첫 시간에

묵주기도를 꽤 많이 봉헌했는데,

공중에서 영어로 또렸한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성령 하느님의 도구인 천사의

외침이라 생각한다.

 

 

 

 

"Holy Father joys your prayer!"

천주 성부께서는

너의 기도를 즐거워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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