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시다
(요한 20.3-10)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 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정리 정돈을 안 하고 살았습니다.
책상도 그랬고 이부자리도 그랬습니다.
늘 여기저기 늘어놓기만 했습니다.
제 손만 닿으면 깨끗하던 집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예전만 해도 뒤치다꺼리는 모조리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자식 사랑에 군말없이 치워 주셨지만 늘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물론 어머니에게도 미안했지만 저 자신에게 더욱 미안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반듯하지만 사제관의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언젠가부터 그 일을 혼자 감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일 때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홀로의 시간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진실한 순간이며.
허위의 겉옷을 벗어 놓은 알몸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워지고자 한다면 홀로 있는 시간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자리처럼 제 마지막 자리도 아름답고 싶습니다.
주님은 다녀간 흔적조차 남기기 싫어
조용히 당신의 자리를 정리해 놓고 떠나셨습니다.
삶의 흔적마저 잘 개켜 놓은 그 단정함을 본받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어지럽힌 삶을 개키는 연습부터 새로 시작해야겠습니다.
(아침을 여는 3분 피정 김강정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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