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좋은글

"12월에는 마음들이 녹아 내렸으면 좋겠다"

수성구 2019. 12. 6. 05:18
"12월에는 마음들이 녹아 내렸으면 좋겠다"


12월의 독백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오광수-



열심히 달려온 그 자리에

어느 새

저 너머에서 다시금

출발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돌아온 길 손으로 짚어보니


견뎌온 지금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잘 살아왔는지...궁금하더라구요?


그리고 이렇게

잘 넘긴 순간들에 안심의 긴 한숨을 짓고

살짝,,,다독이며 웃음지어 봅니다


다음에 찾아들 좋은 날을 향해

마음을 동여매고 다시금 출발선을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한해 마음 먹은 일

잘 채워가시는지요


마지막 남겨진 12월 달력 한장

30일을 알알히 채워 좋은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