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 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 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 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는 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피스타치오 아몬드나 체리 쥬빌레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개 사들고
두개 중에 너 뭐 먹을래 ?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친엄마한테 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릇없다 안하시고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 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듯 나를 닮고 날 닮은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 많은 아빠가 될수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 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줄수 있는 사람
가끔씩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수 없을것 같은 그런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좋은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