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쪽 그래노불 교구내 “라 살렛”(La Salette)성지가 있다.
우리 순례단 일행은 한국 백성의 발자국이 가본 적이 없는 그 고장을
1985년 6월 4일에 천지가 창조된 후 처음 찾아 들어갔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심산유곡, 그것도 두 손을 들면 구름이 손에 잡히고,
두손을 벌리면 사시장철 얼어 붙은 얼음과 눈이 두텁게 깔려 있었다.
우리 한국에만 대관령이 있는 줄 알았더니 프랑스에도 대관령이 있지 않은가?
천야만야한 준령을 굽이굽이 돌기 일흔 아홉 번(79고개),
아래를 내려다보니 지옥의 맨 밑바닥같이 까마득하고 현기증이 난다고 겁들이 나서
“아이고, 성모어머니”, “성모어머님”하며 얼굴들이 백짓장이 되었다.
해발 1,800m산 산상봉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라 살렛" 역사를 보면 이렇게 나온다.
성모님께서 2,000년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제
일곱 칼날이 당신 심장을 꿰뚫는 듯 피눈물을 흘리시며 처절하게 우셨다.
그후로 처음 성모님께서 우신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1985년)부터 139년전인 1846년 9월 19일 성모칠고
(지금은 성모통고 기념일이 전례력으로 9월15일이다) 첨례 전날,
성모 마리아께서는11세된 막시민과 14세 된 멜라니아
두 아이들에게 발현하신 것이다.
두 아이들은 극빈자의 아이들로서
이곳 두메 산골에 와서 남의 양을 치고 있었다.
갑자기 휘황찬란한 천상 광채가 좍좍 쏟아지는 가운데
성모마리아께서 발현하셨다.
성모님께서는 바위 위에 앉으셔서 슬피 우시고 계셨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화해의 모후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우세요?"
"세상 사람들이 주님의 십계명을 저버리고 주일도 안 지키고,
세상의 명예, 재물, 정욕에만 빠져 천주님을 생각지도 아니하고
금식과 금욕도 아니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것이 서러워 이렇게 나는 울고 있다."
이 두 아이는 무식해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교리도 모르고, 첫 영성체도 못한 아이들이었다.
"회개하고 개과천선하여 천주님과 화해하라고 일러주어라."
"내 말을 들으면 천주님의 축복을 받을 것이지만,
만약에 내 말을 아니 들으면 큰 벌이 닥쳐 올 것이다.
즉, 프랑스와 영국 백성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① 7년 동안 큰 흉년이 들고
② 밀을 갈아도 다 말라 타 죽을 것이고
③ 포도도 다 썩을 것이다.
④ 감자도 다 땅에서 썩어버릴 것이며
⑤ 가축(양, 염소, 소, 닭)들이 다 전염병으로 죽어 나갈 것이다.
⑥ 너희가 애지 중지 하는 자식들(특히 아이들)이 디프테리아(diphtheria;인후목병)로
죽어 나가고
⑦ 양국에 페스트(흑사병)가 유행하여 죽어 나갈 것이고
⑧ 지독한 전쟁이 일어나 많은 청,장년들이 싸움터에서 죽어 사라질 것이다.
두 아이들이 산에서 내려와서 성모님의 무시무시한
이 메시지를 전했으나, 그 부모까지도 듣지 않았다.
본당신부님이나 주교님까지도
"제까짓 것들이 뭘 안다고 조잘거리는 거야!
환상을 봤겠지…" 하고,
아무리 말해 줘도 알아듣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미쳤다고까지 했다.
그러면 성모님의 메시지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한 가지도 지키려 들지 않고,
세속주의, 금전 만능주의, 인본주의(人本主義),
탐욕과 방탕의 진흙 구렁텅이 속에 빠져버렸다.
급기야 8가지 천벌은 사정없이 한 가지도 빼놓지 않고 양국에 내리기 시작하였고,
1870년에는 보불(普佛)전쟁이 발발되어 독일군대가 파리까지 쳐들어왔다.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두 나라 백성들은 가슴을 쳤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일진 강풍이 지나간 다음에야 두 아이들이 전해주던
성모님의 8가지 재난에 대한 메시지를 기억 했으나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그제서야 가슴을 치고 죄를 뉘우치고 이 험한 첩첩산중에
참회의 순례의 길손이 끊어지지 않았다.
성모님께서 <이 자리에 성당을 하나 지어달라고
"너희 본당신부와 주교님에게 여쭈어라.">하신 성모님의 애원을 들어
너도나도 빠질세라 헌금을 하여 아름다운 성당을 건립해 드리고,
막시민과 멜라니아 두 아이들이 죽은 후 그 시신을 성당 안에 안장하여
오늘도 내일도 "성모님을 울리는 자는 그 누구냐?"
"너냐?" 하고 꾸짖는 듯 가슴이 설레인다.
발현하시어 앉으셔서 성모님이 슬피 우시던 바위는
조각을 내어 사방으로 눈물로 보내고,
한 조각은 이 성전에 보관하여 두고 있다.
두 아이한테 서서 메시지를 주시던 자리와 우시던 자리,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하늘로 올라가신 자리에다
그 모양대로 동상을 만들어 세웠다.
성모님께서 앉으셔서 우시던 돌 바위 아래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며,
서로서로 그 기적수를 병에 담느라고 아귀타툼이었다.
나도 기념으로 그 기적수 한 잔을 기분좋게 마시고,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면서
"오늘도 우리 엄마, 성모마리아를 울리는 자는 그 누구냐?"
그러면 "성모님 눈물을 닦아드릴 사람은 또 그 누구냐?" 했다.
라 살렛의 성모님 발현은 우리 한국교회하고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방인 첫 사제 순교자이신 성 안드레아 김 대건 신부님께서
1846년 9월 16일, 26세로 새남터에서 여덟번 째 칼에
꽃다운 청춘을 이 나라, 이 민족, 이 교회를 키우기 위하여
주님께 바친 지 3일째 되는 날 우셨기에,
한창 박해의 칼날이(병오년) 팔도강산에 번득이던 그 시절에
우리 보고도 우리 어머님 성모님께서 우셨다고 나는 주장하는 것이다.
이제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자.
"성모님의 인자하신 눈을 벗어난 자는 구령하지 못하나,
그러나 그의 눈 안에 들어있는 자는 의심없이 구령할 것이다" 하셨다.
- 교회사학가 故 오기선 신부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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