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死賦絶命詩 (임사부절명시)
(죽음에 임하여 절명시를 쓰노라)
성삼문(成三問), 조선세종~세조 때 문신
북소리가 울리면서 생명을 재촉하고
서풍에 밀린 해는 기울어져만 가네
황천길에는 주막도 없다는데
오늘밤은 어디에서 쉬어 갈것인가
새남터 사형장에서 망나니의 칼춤을 채촉하는 북소리가
자꾸 내 생명의 종말을 재촉하는 것 같다.
서풍에 밀려가는
태양은 서서히 기울어져 가는구나.
조금 있으면 저 태양이
지듯이 이내 목숨도 곧 끝이 나겠지. 황천길은 머나먼 길
누군가 말하기를 그 길은 주막도 없는 길이라 하였다
오늘 나는 죽어서 황천길로 먼 여행을 떠날 것인데,
노점 하나 없는 그 길에서 힘들어도 쉬어 갈 곳 없으니
그 점이 아쉽도다
이 시는 단종 복위 음모가 발각되어 어버지인 성승, 유응부
박팽년, 등과 함께 성삼문이 새남터에서 사형당하기 직전에
읊은 시라고 알려져 있다. 원래의 단종 복위를 위한 세조 암살
계획은 당시 운검(경호실 대원)으로 있던 성승(성삼문아버지)
유응부 등이 세조임금과 세자를 칼로 내려치고,뒷일은 젊은
성삼문,박팽년 등이 책임지기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세자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경험많은 성승,유응부는 임금만
암살해도 되니 그냥 추진하자고 하였고, 젊은 층은 나중으로
연기하자고 하였다. 결국 연기하자는 쪽이 우세하여 연기했다가
김질의 밀고로 일당은 다 잡혀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나중에 남효은이 이 사건을 육신전(六臣傳)에다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이 책에서 성삼문,박팽년,이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
등을 사육신(死六臣)이라 부르게 되었는데,이로 말미암아 당시에
여섯명만 죽은 것으로 오해 되기도 한다. 사육신은 세조 측에서
보면 역적이나, 단종 측에서 보면 충신이다. 수백년 뒤에는 충신
으로 재 평가되어 영조 때에 모든 관직이 복직되기도 하였다
새남터는 한강 철로변에 있는데, 전철을 타고 용산쪽으로
한강을 건널때 한강에 이르기 직전에 오른쪽에 보면 보인다.
여기서 옛날에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순교되어 지금은
이것을 기념하는 성당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