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성모님께 "여인이여, 그것이 당신과 저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 제 시간이 오지 않았습니다."하고 거절했지만, 성모님은 섭섭해하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성모님은 마치 예수님이 당신 청을 승낙하기나 한 것처럼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대로 하여라."하고 말씀하신다.
성모님이 그렇게 하신 것은 예수님이 당신 아들이니 당신 생각대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성모님이 어떤 분이신가? 소녀 시절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하며 큰 신앙을 고백했던 분이 아닌가? 자신을 '주님의 종'이라 부르면서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일치해서만 살겠다고 고백한 분이 예수님의 하늘나라 사업을 간섭할 리가 없다.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내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하시오." 라고 말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라고 하신다. 예수님의 전능하심과 주권을 강조하신 것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고 30년간 함께 살아오면서 아들이 이웃에게 늘 자비와 온유함으로 대한 것을 보았기에 곤경 중에 있는 신혼부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리라는 것을 믿었던 것이다. 아들 예수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일꾼들이 예수님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도록 준비시키신다. 사실 신랑의 친척이었다 하더라도 예수님도 잔치 손님이었다. 그러니 주방에서 일꾼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던 성모님이 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 한 것은 필요한 지시였다.(중략) 그것은 예수님이 큰일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꼭 필요했던 말씀이다.
- <삶의 우물가에 오신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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