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톡~☆...오순도순 나눔 °♡。
어르신께서 늙은 호박을 한 개 주셨다 곱게 주름잡힌 호박이 얼마나 이쁘던지 윗목에 고이고이 보관했다가 어느 날엔가 죽을 쑤어 먹으려고 하니 머리속이 하해졌다 먹어는 봤는데 끓이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밥보다 질면 죽이려니 생각하며 호박 껍질을 벗기는데 얼마나 단단한 지 진땀을 한바가지나 흘리고 가장 큰 양은 솥에 호박을 넣고 물을 가득 부어 연탄 아궁이에 올려 놓고 곰국을 끓이듯이 한없이 끓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건 죽이 아니고 호박이 수영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만든 첫 작품의 맛도 모르겠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시는 호박죽을 끓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이웃집 아짐이 하는 말 "언니 나 오늘 급히 볼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언니가 죽을 좀 끓이면 안될까요 늙은 호박을 가져 올께요" "나 호박죽은 끓일 줄 몰라" "언니가 이상하네 다른 거 다 하면서 호박죽을 못한다 하네" "그게 아니고 너무 어려워 옛날에 딱 한번 해 보았는데 자신이 없다" "알았어요 내가 얼른 갔다와서 할께요" 그렇게 그렇게 죽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지금은 세월이 좋아 재료를 기구에 넣기만 하면 죽이 척척된다 그 죽도 족히 2시간이나 걸리니 성질급한 단비는 다시 압력솥에 도전을 해 본다 어머나!~~이게 웬일이라니~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을 왜 그렇게 힘들게 해 먹었을까 그 옛날 초보 아줌마 시절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모처럼 주일에 여유가 생겼는데 옆지기는 약속이 있다고 나가고 소피아는 데이트 가고 호박죽이나 한솥 끓여서 구순의 할머니와 나눠 먹어야지 하며 단호박을 손질하는데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짐들이 떠오른다 좋아!~오늘은 출석을 한번 불러 봐야지 호출을 하면 1시간내에 출동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으로 호박씨를 빼다 말고 폰을 열고서 그룹톡으로 비상등을 켜 보았다 "지금 내가 호박죽을 끓이고 있는데 먹고 싶은 사람은 냉큼 달려오시오" 드디어 톡 톡 톡~~ 요란한 소리에 아싸 답장이 왔네 하며 확인을 해 보니 아짐1 "미리 알려 주셔야지요 ~" "늘 깨어 있으라고 했는데" 아짐2 "목감기엔 호박죽이 최고인데" 아짐3 "나도 호박죽을 엄청 좋아하는데 " "그럼 배달 나가기 전에 냉큼 달려오시오" "못갑니다 바빠서요 아깝다요ㅋㅋㅋ" "참석율이 저조하면 독거노인에게로 배달 나갑니다" 아짐4 "아니 갑자기... 호박죽 맛나게 잘 먹고 왔나요? 맛있었겠다" "모두다 봄바람이 났는지 결국 호박죽은 단비 혼자 냠냠 했지롱" 아짐5 톡을 열어 볼 시간도 없나보다 아직도 잠잠하다 설마 톡을 씹고 있는건 아니겠지 ㅎㅎㅎ 그런데 다섯 아짐 중에 딱 한 사람이 걸린다 목감기에 요걸 먹으면 입맛이 살아날텐데 치장하고 버스타고 오기에는 좀 벅차겠지 이왕 배달을 나가는 김에 버스를 타고 나가보자 배는 고프고 일단 죽 한사발을 뚝딱 먹어 치우고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식기전에 가야 하는데 주말이라고 버스는 드문드문 다니고 에라 모르겠다 환승을 해 가면서 달리고 달려 아파트에 도착했다 딩동딩동~~깜짝 놀란 아짐 달려 나오면서 하는 말 "언니가 진짜로 배달을 오셨네" "에그! 아프다니까 걸려서 그냥 있을수 가 있어야지" "아직도 따끈따끈하다 얼른 먹어 봐" 입맛이 없어 점심도 안 먹고 있었다며 죽 한 사발을 게눈 감추듯 먹으며 "언니 넘 맛있어요 끓이자 마자 퍼 가지고 왔나봐요" "그럼 식을까 봐 버스 안에서도 달렸지" "뜨거운 걸 먹으니 목이 시원해져서 다 나은거 같아요 고마워요 언니 배달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하며 얼마나 좋아라 하던지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더 흐뭇했다 아 그런데 쇼핑백에 선물을 한아름 담아 준다 "이러지 않아도 된다니까 왜 그래" 쇼핑백을 손에 꼭 쥐어 주며 "좋은 건 아니지만 이것도 많으니 짐이라서 그래요" 말도 어쩜 그리 이쁘게 하던지 "아무튼 고마워 잘 쓸께" 단비의 하루는 또 이렇게 사랑 속으로 푹 빠져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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